상당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던 핫산은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현자인 랍비를 찾아가 그의 문하생이 되로 결심한다 . 핫산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 스승은 그가 아직도 속세에서 가졌던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 핫산이 속해 있던 높은 계급의 특권이나 부의 잔재가 아직도 그의 의식 속에 남아 있었다 . 그에게 작은 깨달음을 주어야겠다고 , 생각한 스승은 그를 불러 말했다 .
“핫산아 시장에 가서 양의 내장을 사오도록 하여라 , 그러나 반드시 등에 메고 돌아와야 한다 .”핫산은 즉시 마을의 한쪽에 끝에 있는 시장으로 달려갔다 . 핫산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장을 어깨에 메고 걷기 시작했다 . 흘러내리는 , 핏물은 순식간에 핫산의 머리에 서 발끝까지 얼룩졌다 . 그런 험한 몰골로 마을의 절반을 가로 질로 돌아가야 하는 핫산은 난감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 마을 사람들도 그를 아직도 돈 많은 세력가로 알고 있었으므로 길에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핫산은 무관한 척 , 태연한 척 걷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욕감으로 얼룩져 가고 있었다 .
그만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았지만 . 이왕 시작한 것 , 끝을 보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 꾹 참았다 . 핫산이 힘겹게 사원으로 돌아왔을 때 , 스승은 내장을 부엌으로 가져가서 요리사에게 전해주고 모든 제자들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수프를 끓이라고 하였다 .
하지만 요리사는 그렇게 많은 양의 내장을 끓여낼 만한 냄비가 없다고 말했다 . “그게 문제란 말인가 ?”핫산을 바라보며 스승이 다시 말 말하였다 . 핫산아 지금 당장 정육점에 가서 큰 냄비를 빌려오도록 하여라 ”정육점은 마을의 반대편 끝에 있었다 . 핫산은 피로 얼룩진 흉측한 모습으로 이번에도 반대쪽 마을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 길에서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심한 모욕감으로 얼굴이 달아 올라왔다 .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핫산은 또 몃 번이고 그만둘까 망설였지만 .
여기서 포기하면 얻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스승이 시킨 대로 커다란 냄비를 빌려 가지고 돌아왔다 . 그리고 투덜거리면서 더러워진 몸을 씻으로 부리나케 세면장으로 달려갔다 .
얼마 후 스승은 핫산을 다시 불러 말하였다 . “핫산아 지금 당장 시장으로 가거라 . 그리고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혹시 등에 짐승의 내장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봐라 .”
핫산은 스승이 시키는 대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혹시 조금 전에 등에 짐승의 내장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하거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
핫산이 돌아오자 스승은 이번에는 정육점 방향으로 가면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라고 하였다 .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 피로 얼룩진 채 큰 냄비를 들고 가는 사람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 핫산이 이 얘기를 스승에게 전하자 스승은 말하였다 . 아무도 너를 보거나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 사람들이 형편없는 네 모습을 보고 비웃을 것 이라고 생각하였겟지만 , 사실은 아무도 네 모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
다만 너 스스로가 남의 시선을 대신하여 , 너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뿐이다 .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사는 삶이 아닌 자신을 의식하며 사는 삶이 되도록 하여라 .
핫산은 스승의 말씀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 저녁이 되자 스승은 큰 잔치를 준비하고 모든 제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뒤 이렇게 말하였다 . “자 마음껏 들어라 . 이 스프는 핫산의 자존심과 명예로 만든 수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