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좋은글

남은 나를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분도 2018. 9.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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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던 핫산은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현자인 랍비를 찾아가 그의 문하생이 되로 결심한다 핫산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스승은 그가 아직도 속세에서 가졌던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핫산이 속해 있던 높은 계급의 특권이나 부의 잔재가 아직도 그의 의식 속에 남아 있었다 그에게 작은 깨달음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스승은 그를 불러 말했다 .

 

핫산아 시장에 가서 양의 내장을 사오도록 하여라 그러나 반드시 등에 메고 돌아와야 한다 .”핫산은 즉시 마을의 한쪽에 끝에 있는 시장으로 달려갔다 핫산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장을 어깨에 메고 걷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핏물은 순식간에 핫산의 머리에 서 발끝까지 얼룩졌다 그런 험한 몰골로 마을의 절반을 가로 질로 돌아가야 하는 핫산은 난감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도 그를 아직도 돈 많은 세력가로 알고 있었으므로 길에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핫산은 무관한 척 태연한 척 걷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욕감으로 얼룩져 가고 있었다 .

 

그만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았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보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 꾹 참았다 핫산이 힘겹게 사원으로 돌아왔을 때 스승은 내장을 부엌으로 가져가서 요리사에게 전해주고 모든 제자들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수프를 끓이라고 하였다 .

 

하지만 요리사는 그렇게 많은 양의 내장을 끓여낼 만한 냄비가 없다고 말했다 . “그게 문제란 말인가 ?”핫산을 바라보며 스승이 다시 말 말하였다 핫산아 지금 당장 정육점에 가서 큰 냄비를 빌려오도록 하여라 정육점은 마을의 반대편 끝에 있었다 핫산은 피로 얼룩진 흉측한 모습으로 이번에도 반대쪽 마을을 가로질러 가야 했다 길에서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심한 모욕감으로 얼굴이 달아 올라왔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핫산은 또 몃 번이고 그만둘까 망설였지만 .

 

여기서 포기하면 얻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스승이 시킨 대로 커다란 냄비를 빌려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투덜거리면서 더러워진 몸을 씻으로 부리나케 세면장으로 달려갔다 .

 

얼마 후 스승은 핫산을 다시 불러 말하였다 . “핫산아 지금 당장 시장으로 가거라 그리고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혹시 등에 짐승의 내장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봐라 .”

 

핫산은 스승이 시키는 대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혹시 조금 전에 등에 짐승의 내장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하거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

 

핫산이 돌아오자 스승은 이번에는 정육점 방향으로 가면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라고 하였다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피로 얼룩진 채 큰 냄비를 들고 가는 사람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핫산이 이 얘기를 스승에게 전하자 스승은 말하였다 아무도 너를 보거나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사람들이 형편없는 네 모습을 보고 비웃을 것 이라고 생각하였겟지만 사실은 아무도 네 모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

 

다만 너 스스로가 남의 시선을 대신하여 너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뿐이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사는 삶이 아닌 자신을 의식하며 사는 삶이 되도록 하여라 .

 

핫산은 스승의 말씀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저녁이 되자 스승은 큰 잔치를 준비하고 모든 제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뒤 이렇게 말하였다 . “자 마음껏 들어라 이 스프는 핫산의 자존심과 명예로 만든 수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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